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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유대인의 빵, 베이글

by 도아네의 하루 2023. 10. 29.

베이글

 구멍 뚫린 모양을 보고 도넛인 줄 알고 샀다가 기름기가 없고, 단맛도 거의 없고, 부드럽지도 않은 빵이 있다. 베이글이다. 밀가루 반죽을 링 모양으로 빚은 후, 끓는 물에 데치고 구운 베이글은 16세기에서 17세기 초 동유럽 아슈케나즈 유대인들이 먹던 빵에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진다. 동유럽 중에서 폴란드는 유대인의 이민을 활발히 받아들여 아슈케나즈 유대인 수가 많았고, 공동체의 규모가 커서 유대인 음식이 폴란드 음식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베이글은 폴란드에서 슬라브 식사의 주요 음식이 되었으며 폴란드의 유대인 사회에서는 출산한 여성에게 베이글을 선물하는 관습이 있었다고 한다. '베이글'은 반지, 고리를 뜻하는 말이다. 고대 문헌에 따르면 기원전 5세기부터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밀가루와 꿀로 만든 고리 모양의 빵을 즐겨 먹었다. 가운데 구멍이 뚫린 고리 모양으로 빵을 만들면 반죽을 끓이거나 튀길 때, 오븐에서 구울 때 열전도율이 높아져서 속까지 고르게 익는 효과가 있다. 1890년대까지만 해도 베이글은 중동부 유럽에 거주하던 유대인들의 전통음식으로 유대인 사회에서 탄생한 빵이다. 그런 만큼 유대인의 종교적 율법에 영향을 크게 받았다. 유대인들은 유대교 율법에 따라 돼지고기나 조개류 등을 제한하는 코셔 식품을 꽤 까다롭게 지키다 보니 빵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코셔 율법에는 동물의 고기와 유제품을 동시에 섭취할 수 없다. 다른 시간에 섭취하는 것은 괜찮지만 육류와 유제품을 함께 먹거나 같은 그릇에 담지 못한다는 제한 규정이 있어서 식사 때 버터나 우유가 든 빵을 먹으면 고기와 곁들여 먹을 수 없게 된다. 주식으로 먹는 베이글에는 유제품을 넣지 않고 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만 넣어 만드는 것이다.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유대인이 먹던 베이글이 19세기 이들 유대인이 북미대륙으로 집단 이주하면서 그들이 정착한 미국 동부 특히 뉴욕, 필라델피아 등지의 유대인 공동체를 기반으로 전파되었다. 이후 미국 전역과 전 세계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미국 총인구 3억 3,000만 명 중 유대인은 약 2.2퍼센트에 해당하는 750만 명 정도로 추산한다. 그들은 각계각층의 최고 상층부를 구성,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서 미국 내 유대인의 힘은 막강하다. 베이글은 유대인 사회에서 유래된 빵이다 보니 유대인이 많이 사는 뉴욕의 어디에서든 베이글 파는 가게를 볼 수 있다. 베이글은 이제 미국 뉴욕의 상징이 되었다. 유대인 후손 중 미국뿐 아니라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인물들이 많은데, 그들은 베이글을 즐겨 먹는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베이글 카페를 자주 찾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아침 식사로 베이글을 즐겨 먹는다. 두 사람 모두 유대계 후손들이다. 세계 억만장자의 40퍼센트 정도가 유대계인 점을 미루어 보면 부호에게 가장 친근한 음식이 베이글이라 볼 수 있다. 유대인들의 베이글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다. 고난의 시대를 뚫고 현재의 내로라하는 위치에 오른 유대인들에게 베이글은 그들의 역사와 일상을 함께 한 소중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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