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반테스는 1547년, 마드리드 인근 알칼라 데 에나레스에서 태어났다. 마드리드에서 세비야로 이주한 세르반테스는 세금 징수원으로 일하면서 공금 횡령 등의 혐의로 투옥당하기도 했다. 이 상황 속에서 그는 1605년에 1부와 1615년 2부를 완성했다. 로 이름을 알렸지만 명성만큼 돈을 벌지는 못한 채, 1616년 세상을 떠났다. 세르반테스는 이탈리아에서의 르네상스 경험, 스페인의 지중해 제패의 계기가 된 레판토 해전 참전, 알제리 포로 생활을 통한 이슬람 세계 체험, 무적함대를 위한 전쟁물자 조달관 경험, 왕실 재정과 국민 경제의 파탄을 현장에서 목격한 세금 징수원 경력을 통해 16세기 말과 17세기 초에 걸친 스페인 제국의 흥망을 겪었다. 는 그 시대의 스페인 사람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는 성경책 다음으로 많이 번역된 작품이라고 한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세르반테스가 살던 시대상을 이해해야 한다. 세르반테스가 살던 당시의 유럽은 구교인 가톨릭과 신교인 프로테스탄트가 서로 맞서고 있었다. 또한 중상주의가 나타나고, 과학과 철학 혁명 등으로 인해 새로운 사회 질서가 형성된 시기이기도 하였다. 제도와 가치관에서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 첨예하게 대립하였으나, 스페인은 외부 세계에 문을 걸어 잠근 채 구체제만 고수하며 역사의 흐름에 저항했다. 내적 모순을 본 세르반테스를 통해 시대의 변화를 표현했다. 일반 백성부터 시골의 하급 귀족과 중앙 귀족, 국왕까지 17세기 스페인 사회에는 정신적인 무력감을 망가진 갑옷과 투구, 오래된 창과 방패로 무장하고 병들어 마른 로시난테를 타고 황량한 광야를 방황하는 돈키호테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돈키호테는 미치광이 기사지만 자유로운 정신과 정의감이 충만한 인물이다. 당시 중세의 가치관은 타고난 신분과 섭리에서 인간의 본성을 찾았다. 세르반테스는 뒤떨어진 중세의 가치관을 뛰어넘어 ‘돈키호테’라는 인물을 통해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근대적 휴머니즘을 보여주고자 했다. 는 시대에 따라 다양한 평가를 받았는데, 출판 당시 웃음거리를 제공해 주는 재미있는 미치광이 이야기였으나, 낭만주의 시대에는 현실과 타협을 거부하는 이상주의 영웅의 이야기였고,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는 돈키호테의 정신을 스페인 정신의 근본이라 생각했다.
“운명이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길로 인도하는구나. 저기를 보아라. 산초판사야. 서른 명이 좀 넘는 거인들이 있지 않느냐. 나는 저놈들과 싸워 모두 없앨 생각이다. 전리품으로 슬슬 재물도 얻을 것 같구나. 이것은 정당한 싸움이며, 이 땅에서 악의 씨를 뽑아버리는 것은 하느님을 극진히 섬기는 일이기도 하다.“
”거인이라뇨? “산초 판사가 물었다. “저 쪽에 보이는 팔이 긴 놈들 말이다. “그의 주인이 대답했다. “어떤 놈들은 팔 길이가 2레구아나 되는구나.“ ”저 주인님. “산초가 말했다. “저기 보이는 것은 거인이 아니라 풍차인데요. 팔처럼 보이는 건 날개고요. 바람의 힘으로 돌아가면서 풍차의 맷돌을 움직이게 만들지요.“ ”그건 네가 이런 모험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돈키호테가 말했다. “저놈들은 거인이야. 만약 무섭거든 저만큼 떨어져서 구경이나 하고 있거라. 나는 저놈들과 유례없는 치열한 일전을 벌이러 갈 테니까. “그러고는 그가 지금 공격하려는 것은 풍차일 뿐 거인이 아니라고 소리치는 종자의 충고를 무시한 채 로시난테에게 박차를 가했다.
돈키호테가 풍차와 대결하는 장면이다. 에서 가장 인상적인 이 장면의 배경은 마드리드 남쪽 라만차 지방의 캄포 데 크립타나이다. 기사 돈키호테가 지났던 길은 ‘돈키호테의 길‘이 되어 작품 속에 언급된 장소와 함께 묶어 관광 명소로 조성했다. 이 길이 실제 문학작품 속의 장소와는 일치하는지에 대한 반론이 있지만, 이 길을 걸으며 에서 나오는 장소들을 경험할 수 있다. 유럽의회는 ’유럽 문화의 길‘로 2007년에 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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