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터러시는 다의적 개념이다. 개념이 내포한 의미를 한정한다면 읽기 쓰기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의하면 literacy라는 말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883년 매사추세츠주 교육위원회가 발행한 교육잡지 '뉴잉글랜드 교육 저널'로, 학교에서 가르치는 공통 교양으로서의 읽기 쓰기 능력을 의미했다. 공교육이 제도화된 19세기 말에 교육 개념으로서 리터러시라는 말이 등장한 것이다. 그 이전에 literacy에 해당하는 말은 literature였다. '독서에 의한 교양을 의미했다고 한다. 따라서 리터러시의 본래 의미는 교양이며 쓰기 읽기 능력 혹은 식자 능력이라는 의미는 교육용어로서 나중에 부가된 것이다. 최근 영국과 미국의 리터러시에 관한 역사 연구는 공교육이 제도화되고 보급된 18세기부터 19세기에 걸쳐서 식자 능력이 하락했다는 사실을 나타내고 있다. 예를 들면, 영국의 식자율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리터러시의 발전이 17세기와 19세기 말에 일어났으며 19세기 대중의 식자율은 18세기보다 저하되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많은 선진국에서 리터러시의 보급을 목적으로 공교육의 제도화를 추진한 시기에 식자 능력의 저하가 일어난 것일까? 가장 큰 요인은 산업혁명이다. 대규모 공장의 확산은 지적 능력이나 장인의 기예를 필요로 하지 않는 단순노동으로 대량 생산하여 공장공업 단계에 있는 장인 조직이 보유해 온 섬세한 제작 기능이나 읽기 쓰기 능력의 교육 기능을 붕괴시키고 말았다. 사회적 자립에 필요한 교양이라는 의미의 리터러시 개념은 1956년 윌리엄 그레이에 의해 유네스코에서도 제안되고 개발도상국의 리터러시 프로그램으로 채용되었다. 유네스코의 정의에 의하면 기능적 식자는 읽기 쓰기 능력뿐만 아니라 어른이 되어 경제생활에 참가하기 위한 직업적 기술적 지식을 포함한다. 지금까지의 논의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하나는 교양으로서의 리터러시라는 전통적 개념이며, 이용법은 오랜 기간 고도의 교양, 공통 교양, 공공적 교양을 의미한다. 또 한 가지는 19세기 말에 등장한 식자 혹은 읽기 쓰기 능력으로서의 리터러시로, 학교 교육 개념으로 등장하여 사회적 자립에 필요한 기초교양을 의미하는 기능적 식자라는 개념이라 정의한다. 리터러시 교육은 최근 25년간 교육개혁의 논의와 정책을 둘러싼 논쟁의 초점으로 미국에서 1970년대 말의 '기초로 돌아가라(back to basics) 운동'에서 리터러시 교육은 3Rs(읽기, 쓰기, 셈) 기초기능의 교육으로 전개되어 1980년대 중반 이후 신보수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한 문화적 교양의 교육 운동을 불러일으켰다. 도구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리터러시 교육은 읽기 쓰기 능력을 도구적 기능으로 정의하고 있다. 리터러시를 도구적 기능이라 여기는 관념은 1910년대에 산업주의에 호응하여 등장한 사회적 효율주의에 기원을 두고 그 후 실증주의 심리학과 행동주의 학습이론의 뒷받침으로 리터러시에 관한 지배적인 관념을 형성했다. 기초학력을 읽기, 쓰기, 셈의 기초기능이라고 생각하는 학력관이나 그 기초기능을 반복 학습이나 시험으로 정착시키려는 교육은 도구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리터러시 교육의 전형 중 하나이다. 도구적 이데올로기의 리터러시 교육은 읽기 쓰기 능력을 가치중립적이며 기계적인 기능 요소의 집합으로 간주한다. 특히 지식에 대한 객관주의적인 관념을 기초로 하여 지식이나 지식을 활용하는 기능은 학습자나 학습자의 경험과는 상관없이 존재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더욱이 그 지식이나 기능은 조작적인 개념일 수밖에 없어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문맥으로부터 떨어져 존재하여 가치중립적으로 기능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도구적 이데올로기의 리터러시 교육이 지식이나 기능을 학습자 외부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에 반해, 상호작용 이데올로기의 리터러시 교육의 특징은 지식이나 기능을 학습자와 대상 세계와의 상호작용으로 간주하고 지식이나 기능을 구성의 산물로 여긴다. 그 전형을 리버럴 아츠(liberal arts)교육의 전통에서 찾을 수 있다. 리버럴 아츠의 전통에서 리터러시 교육은 교양교육이며 자율적인 개인을 육성하는 자유주의 교육의 기초이다. 이러한 전통은 인문과학을 중심으로 하는 교양교육에 의해 개인을 자유인으로 해방하는 이념에 힘입어 서구의 교육을 형성했다. 이러한 이데올로기에 대한 리터러시 교육은 역사적 전통을 계승하는 인문주의 세계에의 참여며 문화적의미는 동시에 자유 사회의 주체 형성 그 자체이다. 리터러시 교육은 인지발달 심리학에 기초가 되었다. 문화적 상식으로서의 리터러시가 부정하는 것은 도구적 이데올로기의 리터러시가 아니다. 19세기 독일 해석학의 복고적인 계승자인 허쉬는 작품 주제의 역사성을 해석의 대상으로 하는 역사주의도, 독자의 창조적인 해석을 강조하는 심리주의도 모두 상대주의라고 비판한다. 상호작용 이데올로기의 리터러시 교육에서 문학이나 시가 텍스트로 선택되는 것은 진정성과 자율성이 존중되기 때문이다. 리버럴 아츠 전통에 입각한 리터러시 교육은 엘리트주의 교육이나 낭만주의 교육으로 치우치는 경향과 동시에 문화적 보수주의로 기우는 경향도 있다. 문화적 신보수주의 리터러시론은 허쉬에서 전형적으로 찾아볼 수 있듯이 리버럴 아츠의 전통에 대한 문화적 다원주의와 상대론을 비판, 국가주의적이고 보편주의적인 공통 지식의 교육을 리터러시 교육에서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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