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기억은 교육 안과 밖의 경계를 따라 좁은 틈을 메우려는 듯 떠오르는 생각이다. 매일 반복되는 수업 시간에 창 너머 바라보던 교정의 전경이 그 하나일 것이다. 바람이 볼을 스치고 지나가면 시선을 바람에 이끌리듯 창가로 향한다. 아이들은 누가 교수하지 않아도 바람에 호흡하며 변화하는 빛과 그림자 속에서 자란다. 빛과 그림자가 사물의 형체와 움직임을 만들어 내고, 사물과 사람이 말과 메시지를 넘어선 또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 까지도, 나를 둘러싼 침묵의 세계가 그 깊숙한 곳으로부터 교향곡을 울려 퍼지게 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나뭇잎 사이로 새어 나온 빛이 일렁이는 마당도 이제 더 이상 마당이 아니다. 시장을 시정으로 쓰던 역사가 말해주듯이 마당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교류하는 장소로서의 공공권을 의미했다. 나뭇잎이 바스락거리고 흙바람이 춤추는 마당의 풍경은 공공권에서 살고 있는 신체의 잊힌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장치이다. 먼저 당신이란 누구를 지칭하는가? 바람에 실어, 강물에 실어 '전하고 싶다'고 하는 욕망은, 이 욕망의 대상이기도 각 연의 당신이라는 2인칭의 모호함으로 인해 갈 곳을 잃는다. 당신에게라는 시는 배움의 신체 시학이다. 바람은 다른 이와 커뮤니케이션, 강은 생활과 문화의 전승, 산은 기도와 신체의 시학을 표현하고 있다. 패러다임의 절단은 의미의 절단에 있어서 더욱 명시화된다. 바람에 실어 바람이 시작된 곳으로, 강물에 실어 강물이 시작된 곳으로는 물리적 모순으로 소리를 전하는 행위의 불가능성을 나타낸다. 패러다임의 절단은 3연에서 절단으로 생긴 의미의 반전에서 명확해진다. 한편 서구의 언어에서는 당신은 강신 한 사람과 당신들 양쪽 모두를 의미한다. 당신의 타자성을 어원인 저 어디인가와 연계함으로써 그곳으로부터 나라는 1인칭이 더욱 명료하게 드러나는 것을 이 시는 의도하고 있다. 그 나가 메시지로 발신하는 하나의 말과 하나의 소원, 하나의 라는 반복이 환기하게 시키는 특이성과 복수성이야말로 이 시작의 주제곡이 제기하는 또 하나의 주제이다. 학교는 하나의 장치이며, 사물과 사람과 지의 배치로 특유의 시스템과 권력 공간을 구성한다. 학교라는 장치는 사물의 배치에 있어서 공간과 경계선을 구성한다. 칠판과 교탁과 교단, 한 방향으로 배열된 책상과 의자로 구성된 교실은 그 배치 자체가 나타내듯이 교회의 내부를 원형으로 하고 있으며, 교회 내부는 신 아래에서의 평등과 신에 귀의하는 체험 공간이다. 지역 주민이 신문을 구독하고 선거 연설 등을 교류하는 공적인 공간 있었던 학교는 단지 교육 기능만을 추구하는 곳이 되어 지역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다. 수업에서 연간 계획에 이르기까지 학교는 모든 것이 시간에 의해 조직되어 있다. 학교라는 장치는 지금도 일방향적인 시간에 의해 구성된 조직이다. 교장이 없더라도 학교는 가능하지만, 시계와 달력이 없는 학교는 하루도 가능할 수 없다. 학교에서는 놀랄 만큼 빈번히 시간에 대한 물음이 제기되는데 장소나 공간에 대한 물음은 숨겨지게 된다. 학교라는 장치는 지금 역사적인 전환점에 서 있으며 그 단편이 교실의 변화일 것이다. 서구로부터 이식된 일제 수업 양식은 세계의 학교에서 소멸해 가고 있다. 칠판과 교단, 교탁을 중심으로 많은 책상과 의자가 한 방향으로 배열된 익숙한 교실 풍경은 여러 나라에서는 이미 박물관에 들어가려 하고 있다. 대신에 몇몇 테이블이 놓이고 20명 안팎의 학생이 몇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서로 도와가며 배우는 풍경으로 변해가고 있다. 교과서는 부차적인 교재이고, 풍부하게 분비된 학습자료의 일부가 되었다. 학급경영이라는 개념이 소개된 것은 미국의 교육학 문헌의 번역서로 도입되고 학급경영을 주제로 하는 미국 최초의 문헌인 배글리(Bagley)의 '교실경영'은 경제적 효율성의 원리를 교실에 도입한 최초의 징후를 나타낸 작품으로 사회적 효율성을 추구하고 '의문을 가지지 않는 복종성'을 효율성 서비스의 제1원칙'으로 내걸며 군대 조직, 기업 조직과의 유사성으로 학교 교육의 합리화를 논했다. 학급 왕국으로 상징되는 학급경영의 시스템은 2차 세계대전 후에도 계승되었다. 선거에 의해 학급 임원을 선출하고 학급회와 그 구성단위인 분단과 조라는 소집단과 당번제로 협동 자치를 구축하는 학급은 패전 후의 민주주의 교육 속에서 한층 강화되었다고 한다. 소비에트 교육학을 담론의 기초로 하여 추진된 집단주의 교육의 양식은 당사자의 의식을 넘어 생산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기업경영과 공장경영의 시스템 양식과 대응하는 전개를 보인 것이다. 학교와 교실의 지배적 기반이 된 조직원리가 있다. 하나는 국민통합의 원리이고 또 하나는 효율성의 원리이다. 근대학교의 발전을 추진한 국민국가의 통합과 산업주의 사회의 촉진이 이 두 개 조직 원리의 근거가 되었다. 집단자치에 의해 자율성과 주체성을 조직하는 시스템의 학교와 학급에서 개개인의 관계밖에 나타내지 못하는 집단이 실체로서 인식되어 그 집단에 인격적 의지가 부여된다. 교실에 존재하는 것은 한 명 한 명의 개인과 그 관계인데 마치 모두라 불리는 집단이 의지를 갖고 실재하는 듯이 인식되는 것이다. 학습 생활과 학급 생활은 이중의 시스템을 형성하고, 구조가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교사와 학생들은 강박적으로 집단에의 참여를 자주적, 자체적으로 추구하면서 고립을 체험해야 한다. 시스템의 학교와 교실에서 침묵은 공포가 되며 소란스러움과 어수선함이 교실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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